지난달 찾은 미국 뉴욕 알베르트아인슈타인 의대 니르 바질라이 교수(사진) 사무실 책상 위에는 ‘하루에 두 알씩 먹으세요’라고 쓰여 있는 약통이 놓여 있다. 바질라이 교수가 매일 먹는 메트포르민이다. 1950년대부터 흔하게 처방돼온 당뇨약이지만 노화를 막아주는 효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면서 주목받고 있다. 미국에서 한 알에 0.17달러(약 220원), 한국에선 100원 남짓인 이 값싼 약이 임상시험을 통해 항노화 치료제로 허가받으면 세상을 180도 바꿔놓을 것으로 과학계는 내다보고 있다.
메트포르민은 수백 년 전부터 약초로 쓰이던 프랑스라일락에서 추출한 물질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1991년 메트포르민을 투여한 쥐의 수명이 6%가량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조명받기 시작했다. 여러 논문에서도 메트포르민이 암, 치매, 심혈관질환 등 노화로 생기는 병을 개선해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바질라이 교수는 올해부터 6년간 미국 전역에 있는 14개 연구기관에서 동시에 진행하는 ‘TAME 임상시험’을 시작한다. TAME란 ‘메트포르민으로 노화 표적하기(Targeting Aging with Metformin)’의 약자다. 바질라이 교수는 “65~79세 노인 3000명이 하루 한 번 메트포르민을 복용하고, 각종 질환 등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관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0년 전부터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논의하며 메트포르민을 활용한 ‘불로초 임상’을 계획해 왔다. 바질라이 교수는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노화가 원인인 각종 병을 컨트롤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메트포르민은 그 근본원인(노화)을 표적하는 첫 번째 공식 약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스턴에서 만난 조안 매닉 토네이도테라퓨틱스 대표는 라파마이신을 기반으로 한 ‘항노화 신약’을 개발 중이었다. 라파마이신은 1990년대부터 장기 이식자 등에게 사용되고 있는 면역억제제다. 2000년대 들어 장수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면서 항노화 물질로 주목받았다. 매닉 대표는 라파마이신을 기반으로 안전성을 높인 항노화 파이프라인 ‘TOR-101을 개발 중이다. 그는 “올해 사람 대상 임상을 시작할 것”이라며 “10년 안에 FDA로부터 최초로 승인받은 노화 지연 약물을 탄생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뉴욕/보스턴=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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